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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he Substance>(2024)

** 스포주의 **

드디어 서브스턴스를 봤다. 남들의 짧은 감상평과 몇몇 주요 장면에 노출된 이후 작은 화면으로 보는 거라 생각보다 버틸만했다. 패션 화보 같은 미감과 토막토막 끊어지는 장면 연결은 좀 거슬렸지만 그건 개인적 호불호의 영역이고… 비슷한 미감이지만 못생기고 웃겼던 챌린저스와 다르게 이런 스타일이 내용에도 맞고 잘 구현된 것 같다.

외모 지상 주의나 매력 자본주의를 비판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는 딱히 모르겠다. 온갖 역겨운 남자들을 등장 시켜 놓고도 그들에게 날 세우지 않잖아. 오히려 눈치 보고 인정을 갈구하지. 나르시스트의 자기혐오+정병 야노쑈 . 그걸 무대 위에서 펼쳐 보이는 게 이 영화의 바람 아니었을까?

특히 리지/ 수의 정신상태를 고스란히 반영한 집 구조가 흥미로웠다 :

초고층의 펜트 하우스. 발 아래 세상을 최대한 크게 볼 수 있는 넓은 거실과 터무니 없이 작은 식탁. 거실 중앙에 걸려있는 초대형 사진. 집 안쪽 깊은 곳에 있는 욕실과 욕실 크기 대비 좁아 보이는 샤워 부스.

보여주고 보는 기능이 과장된 집 가장 깊은 곳에 외모 정병과 자기 혐오를 가둬 두고, 그걸 끝까지 감추고 무시하려다 어떻게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괴물 같은 모습으로 세상에 드러난 뒤 소멸하는 게 약간 뒤틀린 인어공주 이야기 같기두… (자공자수🙂)

굉장히 ‘헤녀’적 영화란 생각도 했다. 외모 정병과 자기 혐오가 헤녀만의 것도 아니고 그걸 초래하는 게 남자들의 시선만도 아닐텐데, 리지와 수가 눈치 보고 인정을 갈구하는 대상은 전부 권력을 가진 남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메일 게이즈의 완벽한 대상이 되고 싶어하는 마음이, 즉 성적 매력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외모 정병의 코어에 자리하고 있던 것, 양립할 수 없는 것 중 어느 것도 포기 하기 싫어 자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면모까지… 진정 여인이십니다.

(서리) 왜 그리 황후에 집착을 하십니까? 황후가 아니어도 모든 것을 다 가지신다는대두요.?

(미실) 모든 것을 다 가졌는데도, 황후가 아닌 것이 싫어서요.

(서리) … 여인이십니다 ㅎ.

– 드라마<선덕여왕>(2009) –

그냥 딱 이런 표정으로 영화를 봄.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평들을 제법 봤는데, 결말이 마음에 들었니 안 들었니 하는 얘기가 별 소용 없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난 이게 해피엔딩이고 최소한의 온정을 베푼 결말이라고 생각해. 오히려 다른 결말을 얘기하는 게 엘리자수의 고통을 이해 못한 사이코패스적 발언 아닌가요? 영화가 처음부터 그걸 원했고 오로지 그걸 향해 달려갔기 때문에.. ‘그 장면’까지 그냥 질질 끌려가다 진 빠진 채 박수 쳐 줄 수 밖에 없었다.

그려…. 카타르시스 좋지..? 수고혔어요… 오메데또..

문제는 그 다음이었는데.

자기 혐오를 있는 그대로 세상에 드러내는 순간조차 ‘무대’ 위에 위여야만 하는 것. 팔다리도 없는 유사 문어가 되고도 명예의 거리까지 아득바득 기어가 기어코 명패 위에 눕고 만족한 듯 웃는 것에서 ……….저는 정말 질려버렸어요.

나는 정말 나르시스트가 싫다.. 🙂

그치만 이 정도의 멘헤라 야노쑈를 보고 나면 인간적으로 문제 의식을 안 가지기는 어렵다. 어쩌면 이런 뒤틀림을 억지로라도 직면하게 함으로써 문제 제기를 하게 만드는 것에 이 영화의 의의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 영화를 관람한 각자가 자기 안에 몬스트로 엘리자수가 있는지 들춰보거나, 그걸 세상에 내보이는 상상을 할 기회를 주니깐.

슬프고 안타까운 이야기가 공포 영화로 분류된 게 블랙 코미디, 내지는 지독한 자학개그 같기도 하고 이것조차도 기빨려.. 이래저래 내게는 너무 피곤한 영화였네. 그래도 누군가들의 마음 속에 감금당해 있을 몬스트로 어쩌구들에게 이 마음이 잘 전해지면 좋겠어. 화이팅입니다 . 진심으루요.(2024.2.17.)

2h 21m/ 2024 / Coralie Fargeat

출연: Demi Moore, Margaret Qualley, Dennis Qua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