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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는 나중에 알게 되는 것

아무 생각 없이 랩탑을 켰다. 무엇에 대해 써야겠다고 정하지 않았지만 뭐가 됐든 꾸준히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 아니 이십 년 넘게 일기를 써왔으니 이미 꾸준히 쓰는 사람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구나, 그렇다면 꾸준히 글을 세상에 내어 놓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 (왜냐하면 그래야 누군가와든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이제 거기서 좀 벗어나고 싶다. 또 종이와 만년필이 아니면 생각을 거침없이 뻗어가지 못하는 것으로부터도 벗어나고 싶다.

왜 모니터를 보며 키보드를 두들길 땐 생각이 죽죽 뻗어나가지 못할까? 왜 세뇨 – 달 세뇨 처럼 영원히 문장의 처음으로 돌아가 거슬리는 데가 없는지 강박적으로 훑고 또 훑게 될까? 눈에게서 권한을 빼앗고 싶다. 어쨌든, 생각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움직이는 것이다.

아무 흐름도 틀도 없는 중얼거림이라도 시간을 정해두고 일단 뱉어두면 쌓이고 뭔가 생길 것이다. 여기 저기 벗어 놓은 옷 무더기 같은 게 된다고 해도. 누가 보고 ‘내 방 꼬라지 같네’ 라고 잠깐 생각한다면 행복할거야.

요즘, 의미는 찾는 게 아니고 되는 대로 살다 맞닥뜨린 어떤 순간에 문득 깨닫게 되는 거라는 생각 위에서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의미와 목적을 정해두지 않으면 살 마음이 들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아니야. 어떤 의미는 삼십 년 만에, 또 어떤 의미는 일주일 만에 깨닫게 되기도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의미는 언젠가 반드시 깨닫게 될 거라는 막연한 믿음.

그런 믿음을 떠올릴만한 순간들을 자주 만나고 있다.

멘탈 약해 무너지던 김서현이 1점차 상황을 굳건히 지켜내는 한화의 새로운 마무리로 거듭난 것을 볼 때. 인도 친구들과 잘 되도 않는 영어로 깊은 이야기를 나눌 때 (이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인도에 오게 된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렸을 때 너무 듣고 싶었지만 엄마가 절대 해주지 않던 말들을 엄마에게 해주면서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을 느낄 때.

그리고 최근 직접 웹사이트와 회사 소개서 제작을 하다가 문득 사회 초년시절로 되돌아간 기분을 느꼈을 때. 월급 못 받으면서도 일당백으로 했던 오만 가지 일들이 지금을 위한 연습이었다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