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오피스 반년 치 멤버십을 구매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주일 내내 집에 있으려니 코로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이 우울해짐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인도에 온 첫 해, 지독한 우울과 무기력감으로 일 년 넘게 침대에 눌러 붙어 숨만 쉬다 구사일생으로 탈출했던 것과 코로나 시기 지독했던 락다운을 경험한 이후 무기력이나 고독 비슷한 것을 감지하기만 해도 바짝 경계하게 된다.
습관을 들이고 싶었던 것도 있고.
습관을 들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돈을 주고 시간과 장소를 사서 나를 거기 묶어두는 것이다. 분명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미약한 보람과 약간의 사명이지 열정은 아니라 생각하지만서도, 어쩐 일인지 ‘연말까지 업무 관련 콘텐츠를 최소 50개에서 100개 써내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고개를 들더니 24시간 나를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앉으나 서나 잠에 들 때에도 깬 직후에도.
하지만 이 생각은 강박과 다르게 나를 짓누르거나 괴롭히지 않는다. 벗어나거나 모른 척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단지 미래에서 마중 나온 강아지처럼 나를 빤히.,. 빤히 쳐다보고만 있는 것이다. 그럼 나는 쪼그리고 앉아 강아지에게 조심스레 손을 내밀듯 저 생각에 응할 수 밖에.
어쨌든 셀프 고용주가 되니 좋은 점:
해야 될 일들이 위에서 내려오지 않고 옆으로부터 제안처럼 내게 오는 것, 문득 발견하게 되는 것. 그 아이디어를 어디까지 실행해볼지, 누구랑 어떻게 일할지, 언제까지 할지, 얼마 만큼의 자원을 투입할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받는 돈에 비해 내가 과도하게 착취 당하고 있는 것 같다는 피고용인의 만성 불안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것. 야근을 해도 식사를 걸러도 전혀 스트레스 받지 않는 것.
언제나 시선 끝에 다음 디딤돌이 보이는 것.
보이니까 발을 딛고, 그 다음 디딜 곳이 보이니까 또 내딛는다. 가고 싶는 방향을 향해 달려가는 것과는 전혀 다르지만 이런 방식도 괜찮다는 믿음이 생겼다. ‘가슴 뛰게 하는 일을 찾아라, 정말 좋아하는 일에 미쳐라.’ 같은 명령에 더 이상 마음 흔들리지거나 스스로 부족하다 생각하지도 않아.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어떻게 될지 궁금한 마음을 따라가 보는거야.
그리고 매일 다짐한다.
절대로 일에 내 모든 걸 쏟아붓지는 말아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