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을 듣지 않고도 여섯 시 반에 눈을 떴다. 필테수업 시간을 7시로 앞당기는 게 가능할지 스스로에게 품었던 의심이 사그라들었다. 아직도 먼지가 많이 일어나는 새 이불에 얼굴 왼면을 대고 눈을 감고 숨을 쉬었다. 꼭두새벽에 시작되곤 하는 아침 지저귐의 끝 물결, 경적의 부재가 느껴지는 거리의 소리, 바람에 나뭇잎들 부벼지는 소리가 얕은 냇물처럼 일렁였다.
나는 작은 물고기처럼 그 아래 가만히 머물러 있었다. 와, 이 순간이 영원하면 좋겠다… 조금 서늘한 공기 아래 내 온기로 따뜻한 이불을 털 찐 고양이처럼 끌어안고 생각했다. 아침형 인간은 아닐지라도 나는 아침에 가장 행복한 사람이야.
공복으로 운동하러 가는 길에 정우주 선수의 등장곡을 들으며 차도 사람도 없는 길을 천천히 달렸다. 비아이의 cosmos. 좋아하는 여자를 우주이자 꽃에 빗대어 마음을 표현하는 노래를 자기 등장곡으로 고른 투수의 마음이 너무 깜찍하디 않니.. 나는 매번 이렇게 사랑과 관심을 달라고 앙큼하게(앙큼해야 함) 요구하는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는 것 같애. 그리고 생전 들어볼 생각도 없던 아티스트의 곡을 좋아하는 사람을 통해 알게 되고, 결국 특별하게 여기게 되는 건 나이를 얼마나 먹든 가슴 떨리는 일인 것 같애.
가사를 곱씹으며 내리막길을 달릴때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달릴 때 웃는 건 아기들이나 하는 짓이야, 라고 내 마음 속에 누군가 단도리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나는 내 일을 열심히 할테니 너는 변화구를 잘 낋여오거라. 나는 <아는 여자> 속 정재영처럼 마구 내달렸다. 나이를 먹었어도 빠르게 내달릴 때면 짜릿하고 신이 난다. 달리지 못하는 나이가 되면 많이 슬플 것 같아.

운동을 하고 돌아와 젖은 운동복을 벗어 빨래통에 던져넣고 샤워를 했다. 우리집은 모든 방과 욕실마다 밖으로 창이 나 있다.
창이 많아 늘 먼지가 들어오고 비둘기 깃털과 흩날린 낙엽, 소음, 온갖 벌레와 그 뒤를 따라 가끔 작은 도마뱀도 들어오는 집이지만 그 덕에 해 뜰 때부터 노을 무렵까지 하늘과 나무를 보며 몸을 씻을 수 있지. 아침 일곱 시부터 새벽 한 시까지도 욕실에서 블루투스 스피커를 제법 크게 틀고 춤을 추면서 몸을 씻을 수 있지.
모든 것에는 좋은 점 불편한 점이 있다는 걸 이제는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일상적으로 감내해야 하는 불편함도, 서로에게 끼치는 불편함도 많은 나라에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서로에게 조금씩 무뎌지고 너그러워진다. 그만큼 각자 즐거운 순간을 만날 가능성을 얻는거야.
토요일인데 고객님이 아침 일곱 시 반부터 업무 메시지를 보냈다. 처음엔 ‘정신이 나간 건가,’ 하고 화가 났는데 이제 심드렁해졌다. 고객님들은 아주 이른 아침부터 이른 오후까지, 협력사 친구들은 늦은 오후부터 저녁까지 일을한다. 나는 그 중간에 앉아 밖으로 빠지는 변화구를 낚아채는 포수처럼 이른 전화를 받고 늦은 메일에 답을 해야되는 거야. 그게 내 역할이라는 걸 이제는 완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