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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 Oklou

올해의 앨범으로 꼽고 싶은 오케이루(Oklou) 의 데뷔 앨범 <Choke Enough>

오랜만에 느낀 새로움이었다. 하지만 낯설음이나 파격이 아니라 아주 오래전부터 기다려왔던 걸 만난 것처럼 반가웠어.

그의 음악이 새롭다고 느껴진 이유를 곰곰 생각해봤는데, 여느 팝 음악과 다른 형태를 띠기 때문인 것 같다. 앨범을 듣는 내내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피아노 교향곡을 듣는 것 같았다. 반복 되는 비트, 베이스가 받쳐주는 멜로디로 어떤 감정이나 분위기를 전하는 음악이 아니라 그 자체로 감정과 태도, 힘을 가진 소리로 직조된 세상과 만나는 기분!

일상 속에서도 일련의 상황을 통과한 이후라야 도달하게 되는 찰나의 감각이 있다. 오케이루의 곡들은 짧은 시간에 오로지 소리를 통해 단박에 어떤 정서에 이르게 해준다. 그런 점에서 시네마 같단 생각이 들기도 해.

코러스와 뭉툭하게 다듬겨 굴러가는 신스, 날아다니는 소리들이 주는 앰비언트한 질감을 곱씹다보면 이 소리들이 플룻이나 오보에, 첼로 소리에 뿌리를 두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두드러지지 않게 만져낸 레게톤, 트랜스, 트립합 등의 리듬은 숨겨 놓은 힌트 같구.

어떻게 이런 음악을 만들어냈을까? 궁금해져 인터뷰를 찾아보니 오케이루는 어러서부터 클래식 음악, 특히 피아노와 첼로를 공부했고 스무 살 무렵 클럽 문화에 빠졌었다고.

어쩐지 ㅋㅋ

익숙한 것들에서 추출한 것을 새롭게, 이질감 없이 꼬매 놓은 솜씨가 너무 감탄스럽다. 소리 하나하나의 힘을 알고 또 믿는 사람이 섬세하게 빚어낸 시공간은 너무 감동적이고. . 그 안에서 내 감정과 생각들은 자유로운 구름처럼 생겼다가 흩어진다. 그리고 인터뷰에서 아래 고백을 발견하고 난 뒤 그의 음악이 더 좋아짐..

이런 말을 마주칠 때마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외롭지만, 완벽하게 외로울 순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애.

이 앨범의 모든 곡들을 제각각의 이유로 사랑하지만 가장 가슴 떨렸던 곡은 ict (ice cream truck의 약자). 서양에선 아이스크림 트럭에 대한 유년 시절의 추억이 보편적인가 보다. 내 유년 시절에 두부 트럭과 소독차만 있는데 ㅋㅋ 그래도 이 곡을 처음 들은 순간 너무 반가웠던 이유는 아무래도 내가 항상 현실에서 벗어나길 갈망하는 어린애였기 때문에. (아동 우울증 이슈) 어렸을 때의 나는 일상의 작은 구석에서 여기 아닌 다른 세상으로 가는 문을 발견하길 늘 간절히 원했다. 하다 못해 바닥에서 5mm쯤 떠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라거나 모든 걸 빨아들일 수 있는 바늘구멍만한 구멍이 엄지 손가락에 있었으면, 빌기도 하고. 당연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매번 ‘지금’에서 탈출하는 유일한 방법은 나이 먹기(기다림)뿐이라는 사실이 마음을 바늘처럼 찔렀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잘 아는 어른이 되었지만 ict는 내 묵은 갈망에 대한 답 같은 곡이었다.

피리부는 사나이처럼 손짓하는 관악기 소리를 홀린 듯 따라가다 보면 나 말고도 설레어하는 발걸음 소리들이 겹쳐지고, 곧 기분 좋은 회오리 바람에 몸이 붕 떠오른다. 어렸을 때 그렇게나 바라던 문은 진짜 있었구나, 그 너머에는 이런 것이 있었어! 하고 감격하자마자 바람은 잦아들지만.. 현실로 돌아오는 길이 그렇게 슬프진 않다. 기분 좋은 꿈을 꾸고 난 직후의 몽롱함 혹은 심야 영화를 본 뒤 몸에 덕지덕지 붙은 여운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밤길 공기 같은 설렘이 있음.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약속? 가벼운 환희라고 하고 싶어.

일상 속에 불쑥 찾아오는 이질감, 거기서 피어나는 환상적이고 불안정한 세계가 소리를 입고 나타났을 때, 그 안에서 느껴지는 게 혼란과 질문, 슬픔과 묵직함이라 해도, 오랫동안 바라던 세계가 진짜로 존재했고 나만 알고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 자체가 행복하고 나눠가진 비밀처럼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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